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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큐레이터



동시대성과 미술의 방향을 고민하는 그가 보였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화이트 큐브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는 <뉴스킨> 기획자이자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인 함영준을 만났다.

 예술학과 영화 연출을 공부하였고 뉴욕의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 공연도 기획하였는데, 이렇게 여러 곳에 관심을 가지다 지금의 ‘전시 기획’이라는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다양한 경험이 어떻게 전시를 기획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대중문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대중음악이나 영화,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도 만들고 싶었고 미술도 좋아해서 솔직히 무엇을 해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부 때는 미학 공부하고 싶어서 예술학과를 갔고 그러다 또 실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 연출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영화를 하면서도 미술 하는 사람들만큼 미술을 잘 알고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영화, 음악, 미술 모두 문법이 매우 다르므로 영화와 음악 관련 경험이 미술 하는 데에 뚜렷한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영화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되는 상업 영화를 하고 싶었고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미술은 어떤 시스템이나 관습에 맞게 작업한다 는 것이 없다.

전시를 여러 번 기획했는데 같은 주제로 똑같은 걸 하거나 같은 형식으로 하면 좋지 않지만, 영화는 같은 주제로 똑같이 만들어내도 크게 상관없다.

큐레이터는 그때그때 판을 새로 파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커먼센터에서 처음 함영준 디렉터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후 일민미술관 디렉터라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낙후된 부도심, 영등포에 있는 사창가 주변 버려진 건물을 거의 그대로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는 커먼센터와 달리 일민미술관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규모도 크고 유명한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이다.

두 공간에서 동시에 디렉터를 맡으면서 전시를 진행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두 공간에서 동시에 전시해보니 어떤 차이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커먼센터는 그곳의 디렉터로서, 하고 싶은 대로 진행할 수 있고 아무거나 쉽게 할 수 있다.

주제를 먼저 잡고 조사를 많이 해서 전시하는 전통적인 기획 방식이 아니라 그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식으로 한다.

반면 일민미술관에서는 큐레이터로서 어떻게 좋은 전시를 뽑아낼 것인지 전통적으로 고민하는 흉내를 내보려고 한다.

일민미술관은 지금까지 전시해온 역사가 있고 광화문 사거리라는 공간이 갖는 장소성이 있어서 그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전시는 작가와 이야기하면서 만드는 거라서 두 공간의 차이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전시는 작가와 얘기하면서 시각적 상황을 설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조건이 커먼센터 같은 공간일 수도 있고 일민미술관 같은 공간일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거기에 따라 그때그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히 전시할 때 다르게 접근하는 것은 없다.

 일민미술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자 하는지 혹은 어떤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일민미술관은 언론사 소속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선비 같은 풍모를 지켜왔다.

그런 풍모가 싫지도 좋지도 않고 지금까지 쌓여온 것이다.

나의 전시 스타일은 감각적으로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고 전시가 조금 발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술관이 너무 무거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옥상도 어떻게든 올라가 보려 하고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함영준 큐레이터]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기서 일하는 동안 했던 전시가 나중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하다 보면 또 재미있는 것들이 더 생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전시를 선보이고 싶은가?<뉴스킨> 같은 전시를 더 하고 싶기도 하고 또 회화 얘기도 조금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주제를 할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에 가능성이 있는지 계속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페드로 코스타(Pedro Costa)가 유명하면서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해서 내년에는 그의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단순한 그룹전이나 국제 교류전은 아직 할 생각이 없다.

일민미술관은 한국사회와 특히 붙어있는 미술관이기 때문에 한국의 시각문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전시를 생각 중이다.

 회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회화가 사실은 한국에 잘 없다.

요즘은 대부분 설치나 영상 작업을 하려고 한다.

재현이라는 위상에서 회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미니멀리즘 이후 회화의 죽음에 관한 논의가 나오면서 회화의 위력이 약해진 면이 있다.

작품이 구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경우, 보기에 예쁘고 걸어놓기 좋아서 많이 팔렸다.

그런 ‘회화’라는 평면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술가에게 비어있는 평면을 줬을 때, 평면에서 어떤 조형적 실험을 할 수 있는지 따져보면 <뉴스킨>과 연관성이 생긴다.

면을 나누는 것에 계속 집중하면서 드러나는 구도자적인 면모가 회화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이런 면모가 시대에 상관없이 파편적으로 불쑥불쑥 요즘 회화에 들어온다.

이렇듯 회화는 무시간성을 지니는데, 2015년 회화 그리는 젊은 작가들 작품 안에서도 과거 회화의 모습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 회화를 해왔던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하는지 보고 싶다.

회화의 중요성을 느끼고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해서 이번에 회화 전시를 할 예정이다.

 <뉴스킨> 전시 기획 의도와 기획할 때의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하다.

<뉴스킨>을 통해 엉성해 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화이트 큐브는 굉장히 정제된 공간이면서 고급 예술의 아이콘 같은 곳이다.

그 안에 디지털로 반복되어 드러나는 싸구려 이미지를 넣었을 때 공간이 적당히 뭉개지는 느낌을 생각하고 접근하였다.

요즘 post-internet이 유행하는데, 일민미술관에서 일하기 전부터 이 주제에 대해 주요 미술관에서 한번 전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계속 작가들 보고 다니면서 누가 이 전시 주제에 괜찮을까 생각했다.

특히 작년, 재작년, 젊은 작가에 대한 이슈가 많던 시절, 그들의 이름은 오르내리고 있지만 전시할 곳은 없어서 스스로한테 허상처럼 느껴졌다.

작품은 신작과 구작이 섞여 있다.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맞춰 작가들에게 작품 의뢰하는 것은 어렵다.

같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신작을 만들기 힘들고 제작 지원금이 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를 모으는 것과 주제 좁히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다.

작가가 어떤 작업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골랐기 때문에 신작을 꼭 전시 주제에 맞춰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전시장 1층은 박민하와 김희천 작품이 전시되어있고 전시장 2층에는 강동주, 강정석, 김영수 작품이 전시되어있는데, 이렇게 엮은 이유는 무엇인가?미술 문법으로 봤을 땐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박민하 작가가 이해하기 비교적 쉽다.

이미 존재하던 것을 담백하게 다루기 때문에 낯선 느낌이 덜하다.

그래서 박민하 작가가 진입할 때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희천 작업은 조금 대중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낯익은 느낌이다.

그래서 김동희 작가와 설치를 좀 낯설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공간이 섞이게 하려고 했다.

보통 영상 전시는 가벽을 쳐서 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보여주는데, 그런 방식으로 이런 작품들을 보여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강동주 작가가 서울 시내를 영상으로 찍은 다음에 다시 드로잉 하는 일련의 과정이 되게 덧없다.

덧없는 자기만의 지도를 그리는 방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밑에 무언가를 비춰서 언뜻언뜻 보이는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강정석 작가 작품과 섞었다.

김영수 작가는 게임판을 보이는 건데 텔레비전으로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텔레비전을 설치하였다.

또 사람들이 영상을 그냥 즐기는 방식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영상이라고 해서 작품이 강조되는 설치 방식이 아니라, 버스에 걸려있는 영상처럼 사람들이 그저 쓱 지나가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

 IT, 스마트폰, 인터넷, PC, SNS 등의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면서 디지털 환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찰한 세상이 이번 전시 작품에 담겨있다.

김희천, 박민하, 강정주 등 다른 작가들은 분명하게 이러한 전시 주제와 연결이 되는데 김영수의 보드게임 작품은 어떻게 연관 지은 것인지 궁금하다.

김영수 작가 같은 경우 자기 경험에 비롯된 점이 있다.

김영수 작가 동네가 재개발되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역할극을 시키는 작업을 했으면 했다.

작가가 컴퓨터 게임과 보드게임을 좋아하니까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하고자 해서 게임으로 만들었다.

현실이라는 인터페이스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그래서 김영수 작품을 보면 규칙 책이 있다.

규칙을 제시해준다면 자기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그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보드게임의 원칙이다.

이 세상,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80년대 중후반 이후 사람들이 게임하고 피시방에 가면서 세상을 인식했던 방식은 게임을 하는 유저의 방식과 유사하다.

 왜 이런 주제를 다루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전시장에 벽돌을 가져다 놓는 등 이상한 사물을 갖다 놓는 태도를 다루는 것이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 유행했다.

그런 것이 계속 반복되고 구현되는 게 조금 지겨웠다.

이미 답이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작품은 전시장에 설치되었다가 철수되면 허무하다.

미술은 손에 잡히든 잡히지 않든 공간에 데이터로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대생들은 자아 찾기를 한다.

하지만 자아를 다른 곳이 아닌 살아가는 일상에서, 게임을 하고 SNS를 하면서 스마트폰에 기대는 삶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현시대 매체에서 등장하는 찌꺼기를 다루는 미술을 2011년부터 다루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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