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최순덕



25평점리뷰보기?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지가 수년째인데 드디어 오늘 완독했다.

이기호씨 작품으로는 두번째. 장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전에 본 김박사는 누구인가처럼 단편모음집 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볼껄 그랬다.

실려있는 작품은 8편으로 다음과 같다.

버니 : 처음부터 욕지기가 나와서 살짝 인상이 찡그려지긴 했는데 알고보니 희한한 내용. 평범한 말에는 반응을 안하고 오로지 랩에만 반응하는, 평범하지 않은 버니라는 예명을 가진 순희가 주인공. 무슨 사건으로 정신을 놓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돈을 버니 좋니 버니. 보도방이 무슨말인가 했는데 뜻도 약자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햄릿 포에버 : 여기도 마찬가지로 정신을 놓은 사람이 주인공. 이시봉이었던가. 하여간 가진것없고 배운것 없는 이 사람이 본드를 마시고 햄릿의 환영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연극의 퀄리티를 높여주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어떤 누나가 문방구에서 본드좀 사다달라는 부탁을 그때는 착한일 한답시고 고분고분 들어줬던 기억이 불현듯. 옆에서 본 저 고백은─告白時代  : 결말을 보고 빵터졌다.

앵벌이 집단에서 진짜 조직원으로의 전향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그 고백이 오히려 유익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더라는. 진짜 이 작가는 기발하다.

 머리칼 傳言 : 이건 좀 으스스. 보지는 않았지만 일본만화중에 기생수라는게 생각나더라는.백미러 사나이─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 사실 이것도 머리칼 전언과 비슷한 부분이 있긴한데 그래도 이건 상당히 재밌었다.

특히 현수막 쓰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큰소리내며 웃고 말았는데 어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또 웃음이 난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조금 아쉽긴 했는데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걸 대표작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간첩이 다녀가셨다 : 이건 그냥저냥.최순덕 성령충만기 :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인쇄가 잘못된건줄 알았다.

이런 방식으로 기록된 소설이 또 있을까? 진짜 기발했다! 성령충만한 최순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성경외에는 기본적인 학습도 외면해가며 성장, 바바리맨을 교화시키겠다는 사명을 실천하는 이야기는 성경말씀처럼 2단으로 표현된 형식에 맞춰 경건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 이제보니 밭밑으로가 아니라 발밑으로 였네. 이것도 약간 판타지스러운 내용이었는데 액자소설 구성으로 감자를 키우는데 쓰던 소가 죽자 아들이 자발적으로 소가 되어 위병소 군인들이 성스러운 체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다.

재밌게 본 작품을 3위까지 꼽아보자면 순서대로 백미러 사나이, 최순덕 성령충만기, 옆에서 본 저 고백은=햄릿 포에버. 이제보니 그나마 정상인(?)만 나오는 작품은 간첩이 다녀가셨다 하나이다.

나머지는 조금 정신이 모자르거나 절대 정상이라고 볼수 없는 캐릭터가 주인공. 끝에 실린 서평을 보니 탈영토화와 재영토화라는 개념이 나오던데 무슨말인지 몰라서 찾아보기도 했다.

문학비평용어 사전에 따르면 뜻이'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와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는 서로 쌍을 이루는 개념으로, 탈영토화는 하나의 구조나 체계를 벗어나는 것이며 재영토화는 그 벗어남이 새로운 구조나 체계로 다시 나아가는 것을 나타낸다.

'라고. 등장인물을 보니 탈영토화는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데 재영토화는 어떻게 연결시켜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재밌게 본 책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이런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 있는건지 새삼스레 소설가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같은 저자의 책을 더 찾아볼까나.    2.메인 코너인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는이기호 작가의 신작 소설집 '김박사는 누구인가'를 다뤘습니다.

    제게 이기호 작가님은  '최순덕 성령충만기'와'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때부터 큰 관심을 가지고 그 작품들을 읽어왔던 소설가였는데,이번 '김박사는 누구인가'도 역시나 좋더군요.  형식실험과 유머와 페이소스가 흥미롭게 결합된 게 이기호 작가 소설들의 크나큰 매력일 텐데, 이번 '김박사는 누구인가'의 단편들에 와서는특히 페이소스의 비중이 좀더 커진 듯합니다.

 기발한 유머와 신선한 형식을 추구하는 대신에 안으로 훨씬 더 깊어진 듯한 느낌이랄까요.  빨간책방을 위해 광주에서 서울까지 일부러 와주신이기호 작가님과의 대화 역시 정말 즐거웠습니다.

   3. 이 소설집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행정동'과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같은 단편들이이기호 작가의 이전 작품들 같아서 매우 익숙한 느낌을 준다면, '화라지송침'이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같은 단편들은이제까지와는 많이 달라진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로선 후자의 소설들이 더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의 상당수가 후반부에서 이야기의 기원을 찾아나서는 장면을 담고 있는 것도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네요.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의 운명을 결정한 일종의 신화적 순간에 해당하는 기원을 찾아나선 인물들의 행동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예가 많다는 사실은이기호 문학이 세계(경우에 따라서는 작가의 운명까지도 포함해서)를 어떻게 조망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제 '화라지송침'이나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같은 단편들의 연장선상에서 이기호 작가님이 앞으로 어떤 문학적 행보를 보여줄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4.'소리나는 책'에서도 '김박사는 누구인가'를 읽어드렸습니다.

 수록작 8편 중에서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탄원의 문장''화라지송침''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에 나오는 구절들을 낭독해드렸죠.    5.'내가 산 책' 코너에서 소개해드린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 (리처드 폴 로)'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고경원)'거대한 역설' (필립 맥마이클)'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숫자의 문화사' (하랄트 하르만)   6.다음 번 31, 32회에서는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 균, 쇠'를 다루게 됩니다.

 이번만큼은 미리미리 책을 읽어두시기가 쉽지 않으실 듯. ^^;  25       책소개    이기호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이기호 소설가는 월간 [현대문학]의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소설 <버니>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1999년)하였다.

소설 8편이 수록된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우리 사회의 주변으로 소외당한 막돼먹은 사람들의 삶을 1인칭 화자에 의한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한다.

보도방의 대표 선수, 본드를 흡입하는 3류 연극 배우,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된 지하철 앵벌이, 머리칼에 기묘한 힘을 지닌 절에서 길러진 고아, 두 눈을 감으면 뒤통수 너머를 볼 수 있는 청년, 간첩 출몰과 함께 예비군 훈련에 소집된 사람들 사이로 끼어든 타지인, 기독교 광신도인 아내와 바바리맨이었던 남편, 소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민통선에서 감자밭을 가꾸는 여자, 등의 이야기를 현대의 판소리라고 할 수 있는 랩 가사의 형식으로 전달하거나, 피의자 조서의 형식으로 심문관과의 문답을 채록한 것처럼 꾸미거나, 흥미로운 고백체의 형식을 취하거나, 성경의 오고체 말법을 패러디한 말 건네기 형식으로 구성한다.

또한 1인칭 직접화법의 단조로움과 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의적 말투를 구사하거나, 문장 사이사이에 조롱과 냉소를 교묘하게 숨긴다.

독자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이기호 소설가는 독자를 결말로 끌어들여 대화를 유도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거듭 소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야기하는 욕망과 대화적 상상력의 탁월한 성취를 이룬 소설집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월간 [현대문학]의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소설 <버니>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1999년)하였다.

2003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 학사학위,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학위에 이어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버니 햄릿 포에버 옆에서 본 저 고백은 - 고백시대 머리칼 전언 백미러 사나이 -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간첩이 다녀가셨다 최순덕 성령충만기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해설. 삐딱한 욕망의 카니발 / 우찬제 작가의 말    출판사서평  ◆거짓 고백이 판을 치는 세상, 비루하고 힘없는 이들의 '황홀한' 우화(憂話)   ◆황혼녘의 이야기판에 뛰어든 활달한 이야기꾼의 신명기! - 1999년 월간 『현대문학』에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젊은 작가 이기호의 첫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가 나왔다.

지난 5년 간 여러 잡지에 발표해온 여덟 편의 작품을 한데 묶은 이번 소설집은 해설을 쓴 우찬제씨의 명명대로 작가의 '이야기하는 욕망과 대화적 상상력'의 탁월한 성취들이다.

일찍부터 그의 소설집을 기다려온 사람들은 요즘 젊은 세대 작가군에서는 보기 드물게 튼실하고 굵직한 서사성을 갖추고서 단편을 발표해온 그를 '성석제의 뒤를 잇는 자재(資材)롭고 재미진 신세대 이야기꾼'으로 부르면서 그의 화려한 문학판 입성을 기대해왔다.

- 작가는 이 단편집에서, 2004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엽기 살인 행각으로 사람들 입질에 오르내린 '보도방' 문화(「버니」)를 비롯해 절에서 길러진 고아 소녀(「머리칼 전언」), 지하철 앵벌이(「 옆에서 본 저 고백은」), 생활에 찌든 무능한 가장(「최순덕 성령충만기」), 자기 이름 석 자밖에 쓸 줄 모르는 청년(「백미러 사나이」), 민통선 근처서 감자밭 가꾸기에만 여념이 없는 순박한 아낙(「발밑으로 사리진 사람들」)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우리 사회 주변부로 소외당한, 게다가 교양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막돼먹은'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재로만 보면 그다지 이채로울 게 없는 듯하나, 저잣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자잘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서" 윤택하게 재생산해낸 재주 부림은 단연 그만의 비범한 능력이다.

거기다 여러 가지 직접화법(「햄릿 포에버」의 피의자 조서, 「버니」의 랩 가사, 「최순덕 성령충만기」의 성경 의고체 말투,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액자소설 형식)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을 이야기판으로 불러들여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때 독자는 청자로 거듭나 이야기 속에서 함께 소통하는 적극적·능동적 주체로 탄생하게 된다.

- 이렇게 이기호의 소설은 감각적 문체와 소재로 무장한 뮤직비디오나 영화 같은 비주얼 아트에 비견되는 근래 젊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는 현격하게 구별된다.

투박하나 정겨운 소설 본연의 자리를 파고드는 그의 무던한 노력은, 우리네 마당놀이나 서양의 카니발 같은 축제의 장으로서의 이야기판을 만들어낸다.

1인칭 직접화법의 단조로움과 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구사한 '우의적 말투'나 문장 사이사이 교묘하게 숨어든 '조롱'과 ' 냉소'는 다양한 이야기 스타일 계발과 자신만의 재미있는 말법을 구사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의 일환이자 긴하게 선택된 전략이다.

한껏 어둡고 진지한 리얼리티 세계에 놓인 주인공들이 2차적 상상(역시 본문에서 언급되는 " 현실보다 더 생생한 환각" 같은 상상)의 세계를 거쳐 진한 페이소스와 실소를 동시에 품어내는 대목에서 독자는(혹은 청자는) 엉뚱하지만 제법 살만 한 세상 속에 놓인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기호의 이야기가 나름의 호소력과 설득력을 인정받는 대목이다.

[최순덕] 얼마나 더..


- 예컨대 이기호의 '삐딱한 세상 보기'는 유쾌하다.

뒤통수에 눈이 달린 주인공 '이시봉'처럼 작가 이기호에게도 타고난 이야기꾼에게 부여된 비밀스럽고 독특한 망원경이 있는 걸까? 이를 두고 해설을 쓴 우찬제씨는 "환상적 전제를 바탕으로 서사의 실마리를 마련하며, 그것을 통해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전략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이기호 소설의 큰 특성"이라고 규정하고, "이야기 마당의 회복, 서상성의 회복, 그것이 이기호가 작가가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 작가의 욕망은 행복하게도, 썩 잘 읽히는 이기호 소설을 창작케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은근한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 첫 소설집인 만큼 그가 아직 못 다한 이야깃감과 형식의 세계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서사의 종언과 함께 "구식 문청들의 황홀한 몽상"이 외면당하는 신산한 시절에 등장한 이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 눈앞에 보이는 아무 땅이나 파보아라. 지상에서부터 약 십오 센티미터 정도만 파고들어가면, 그곳에 당신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당신이 상상치도 못했던, 씨감자가 싹을 틔우고 있을 테니……. 주변이 온통 시멘트 천지라고? 철물점에 가서 시멘트 깨부수는 망치를 사라, 이 친구야. 시멘트 밑에 뭐가 있겠는가?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 - "당신, 지금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 때문에 풀어놓을 말들이 많다고? 그래, 그럼 우리에게 와. 딱 하루만 우리와 함께 지하철을 돌자고. 그러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 말해보자고. 유부남이 떠오르는지, 유부국수가 생각나는지." _본문에서 - 그는 결코 폼을 잡는 이야기꾼이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누구보다도 이야기꾼이 어떤 존재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식으로서의 문학을 거부한다.

그는 활달한 이야기꾼이기를 소망한다.

[……] 잡다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그는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서 제법 윤택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폼 잡으며 거론하는 서사의 종언 담론 따위를 슬며시 조소한다.

이기호, 그에게 이야기의 바깥은 없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 돌아보니 지난 오 년, 내 삶의 궤적이 꼭 그 꼴이었다.

해산되어버린 서커스단의, 그리 신통치도 않고 게으르기까지 한 문어. 심수봉 누님의 전언처럼 '사랑밖에 모르는' 문어. 그 문어의 혼잣말이 바로 여기에 묶인 소설들이다.

_「작가의 말」에서  [교보문고제공] )주택가에 줄지어 서 있는 식당들 사이에 최순덕 퓨전 한정식이 있다.

진해 구청 앞 청아한이 깔끔한 느낌이라면,이곳은 약간 투박한 느낌의 한정식집이다.

메뉴는 1만원 코스 한 가지.. 그는 항상 사회적 약자에 속하며, 미래가 없는 낙오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것은 사회라는 일종의 절대적인 아버지가 형성해놓은 틀 속에 그가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햄릿 포에버에서의 이시봉은 전과기록이 있는 월급 30만원짜리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성공을 할 수 있는 학력도,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그가 인간구실을 할 수 있는 때는 햄릿을 볼 수 있는 환각상태에 빠져 있을 때뿐이다.

차서화에게도,  극단원들에게도 오직 본드를 불었을 때만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인간이다.

 ‘옆에서 본 저 고백은’에서는 또 어떤가? 여기의 이시봉은 오랜 앵벌이 생활을 거친 하류인생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깡패의 삶을 동경하며 그들이 차린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쓴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고백을 해야 한다.

고백을 할수록 그들의 삶은 비루해진다.

[최순덕] 그것을 알려줍니다.



나름 고백이라고 해본 것들은 너무 보편적인 것이어서 퇴짜 맞기 일쑤이고, 그들이 머리를 쥐어짜낸 고백들은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제 뻔한 불행은, 그게 아무리 사실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불행 취급을 받지 못한다.

 팔대이의 말처럼 이제 진정한 고백은 사실이 아니지만 정말 고백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소설의 끝까지 이어지는 자기소개서를 빙자한 고백은, 인물들을 점점 자기 자신이 아니게 만들어 버린다.

취업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백을 해야 하는데, 우스운 것이 이 고백이라는 게 사실의 고백이 아닌, 목적 달성을 위한 만들어진 고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절대적인 아버지인 사회의 규격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그 만들어진 고백은 시봉의 자기소개서도, 팔대이의 고백도 될 수 없다.

 ‘백미러 사나이’에서의 시봉역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교육도 받았고, 부모님도 두 분 다 계신 그나마 제대로 된 인물이다.

그는 김제규를 빙자한 아버지의 재떨이 조각에 맞아 뒤통수에 눈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 눈을 박대통령의 눈으로 인식한다.

받아쓰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불쌍한 인생에게 박대통령의 눈은 정말이지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박대통령의 눈은 그의 인생에서 티브이를 지켜주었고, 정상적인 학교진학을 가능하게 해 주었으며, 한 여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

쉽게 말해서 한 잉여인간을 성공적인 사회의 품안으로 우겨넣어준 셈이다.

시봉은 박대통령의 눈 없이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그러나 시봉의 이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박대통령이라는 절대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기 때문이다.

박통의 눈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이 그 눈을 벗어나는 순간 엉망으로 되어버리고 만다.

박통이라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시봉의 저항은 미약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눈마저 잠식당하고 만다.

결국 세 명의 이시봉은 모두 사회화 과정에서 누락된 인물들인 셈이다.

왜 그들은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거쳐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단순히 그들이 불우한 환경을 가졌고, 아버지의 부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세 명의 이시봉에게 아버지역할은 있었다.

‘심지어 옆에서 본 저 고백은’에 등장하는 시봉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체인을 감고 있던 앵벌이조직의 대장이 시봉에게는 일종의 절대적인 아버지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을 겪으려면, 이 아버지에게 동경과 존경심을 갖는 동시에 증오심을 품을 수 있어야 하는데, 강압적인 폭력아래 그 모든 것들이 무너져버리고, 체념과 순응만이 남은 것이다.

시봉과 재덕이 고백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그들의 진심이지만 사실적인 고백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구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백미러 사나이’이다.

백미러 사나이에서 시봉의 절대적인 아버지는 현실의 아버지가 아닌 제도적인 아버지, 즉 박대통령이다.

박대통령은 시봉이 성공적인 사회로 진입할 수 있게 이끌어주었지만, 시봉이 자신이 원하는 여자를 취하기 위해서는 이 박대통령의 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부터 시봉과 박대통령간의 대립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이 상황을 강하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그 절대적인 아버지와 맞서 싸우는 여자를 등장시키고, 시봉으로 하여금 그 여자를 사랑하게 만들어버린다.

결국 그 여자를 얻는 행위 자체가 아버지에게 대항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한다.

군사정권과 맞서 싸우던 학생회장은 여당의 후보가 돼서 등장하고, 시봉이 사랑하던 여인은 유명한 여성운동가가 되어 나타난다.

그들은 아주 성공적으로 사회의 틀 속에 자리하고, 훌륭한 사회화를 이뤄낸다.

 그것은 그들이 끝까지 절대적인 아버지를 부정하지 않고, 순응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억압과 공포에 의해 이루어진 이 포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파괴하고 극복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ㅇ25       책소개    이기호 소설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이기호 소설가는 월간 [현대문학]의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소설 <버니>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1999년)하였다.

소설 8편이 수록된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우리 사회의 주변으로 소외당한 막돼먹은 사람들의 삶을 1인칭 화자에 의한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한다.

보도방의 대표 선수, 본드를 흡입하는 3류 연극 배우,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된 지하철 앵벌이, 머리칼에 기묘한 힘을 지닌 절에서 길러진 고아, 두 눈을 감으면 뒤통수 너머를 볼 수 있는 청년, 간첩 출몰과 함께 예비군 훈련에 소집된 사람들 사이로 끼어든 타지인, 기독교 광신도인 아내와 바바리맨이었던 남편, 소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민통선에서 감자밭을 가꾸는 여자, 등의 이야기를 현대의 판소리라고 할 수 있는 랩 가사의 형식으로 전달하거나, 피의자 조서의 형식으로 심문관과의 문답을 채록한 것처럼 꾸미거나, 흥미로운 고백체의 형식을 취하거나, 성경의 오고체 말법을 패러디한 말 건네기 형식으로 구성한다.

또한 1인칭 직접화법의 단조로움과 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의적 말투를 구사하거나, 문장 사이사이에 조롱과 냉소를 교묘하게 숨긴다.

독자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이기호 소설가는 독자를 결말로 끌어들여 대화를 유도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거듭 소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야기하는 욕망과 대화적 상상력의 탁월한 성취를 이룬 소설집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기호 1972년 강원도 원주에서 출생하였으며,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월간 [현대문학]의 신인추천공모에 단편 소설 <버니>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1999년)하였다.

2003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 학사학위,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박사학위에 이어 현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버니 햄릿 포에버 옆에서 본 저 고백은 - 고백시대 머리칼 전언 백미러 사나이 -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간첩이 다녀가셨다 최순덕 성령충만기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해설. 삐딱한 욕망의 카니발 / 우찬제 작가의 말    출판사서평  ◆거짓 고백이 판을 치는 세상, 비루하고 힘없는 이들의 '황홀한' 우화(憂話)   ◆황혼녘의 이야기판에 뛰어든 활달한 이야기꾼의 신명기! - 1999년 월간 『현대문학』에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젊은 작가 이기호의 첫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가 나왔다.

지난 5년 간 여러 잡지에 발표해온 여덟 편의 작품을 한데 묶은 이번 소설집은 해설을 쓴 우찬제씨의 명명대로 작가의 '이야기하는 욕망과 대화적 상상력'의 탁월한 성취들이다.

일찍부터 그의 소설집을 기다려온 사람들은 요즘 젊은 세대 작가군에서는 보기 드물게 튼실하고 굵직한 서사성을 갖추고서 단편을 발표해온 그를 '성석제의 뒤를 잇는 자재(資材)롭고 재미진 신세대 이야기꾼'으로 부르면서 그의 화려한 문학판 입성을 기대해왔다.

- 작가는 이 단편집에서, 2004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엽기 살인 행각으로 사람들 입질에 오르내린 '보도방' 문화(「버니」)를 비롯해 절에서 길러진 고아 소녀(「머리칼 전언」), 지하철 앵벌이(「 옆에서 본 저 고백은」), 생활에 찌든 무능한 가장(「최순덕 성령충만기」), 자기 이름 석 자밖에 쓸 줄 모르는 청년(「백미러 사나이」), 민통선 근처서 감자밭 가꾸기에만 여념이 없는 순박한 아낙(「발밑으로 사리진 사람들」)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우리 사회 주변부로 소외당한, 게다가 교양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막돼먹은'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재로만 보면 그다지 이채로울 게 없는 듯하나, 저잣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자잘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서" 윤택하게 재생산해낸 재주 부림은 단연 그만의 비범한 능력이다.

거기다 여러 가지 직접화법(「햄릿 포에버」의 피의자 조서, 「버니」의 랩 가사, 「최순덕 성령충만기」의 성경 의고체 말투,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액자소설 형식)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을 이야기판으로 불러들여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때 독자는 청자로 거듭나 이야기 속에서 함께 소통하는 적극적·능동적 주체로 탄생하게 된다.

- 이렇게 이기호의 소설은 감각적 문체와 소재로 무장한 뮤직비디오나 영화 같은 비주얼 아트에 비견되는 근래 젊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는 현격하게 구별된다.

투박하나 정겨운 소설 본연의 자리를 파고드는 그의 무던한 노력은, 우리네 마당놀이나 서양의 카니발 같은 축제의 장으로서의 이야기판을 만들어낸다.

1인칭 직접화법의 단조로움과 일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구사한 '우의적 말투'나 문장 사이사이 교묘하게 숨어든 '조롱'과 ' 냉소'는 다양한 이야기 스타일 계발과 자신만의 재미있는 말법을 구사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의 일환이자 긴하게 선택된 전략이다.

한껏 어둡고 진지한 리얼리티 세계에 놓인 주인공들이 2차적 상상(역시 본문에서 언급되는 " 현실보다 더 생생한 환각" 같은 상상)의 세계를 거쳐 진한 페이소스와 실소를 동시에 품어내는 대목에서 독자는(혹은 청자는) 엉뚱하지만 제법 살만 한 세상 속에 놓인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기호의 이야기가 나름의 호소력과 설득력을 인정받는 대목이다.

- 예컨대 이기호의 '삐딱한 세상 보기'는 유쾌하다.

뒤통수에 눈이 달린 주인공 '이시봉'처럼 작가 이기호에게도 타고난 이야기꾼에게 부여된 비밀스럽고 독특한 망원경이 있는 걸까? 이를 두고 해설을 쓴 우찬제씨는 "환상적 전제를 바탕으로 서사의 실마리를 마련하며, 그것을 통해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전략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이기호 소설의 큰 특성"이라고 규정하고, "이야기 마당의 회복, 서상성의 회복, 그것이 이기호가 작가가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 작가의 욕망은 행복하게도, 썩 잘 읽히는 이기호 소설을 창작케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은근한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 첫 소설집인 만큼 그가 아직 못 다한 이야깃감과 형식의 세계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서사의 종언과 함께 "구식 문청들의 황홀한 몽상"이 외면당하는 신산한 시절에 등장한 이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 눈앞에 보이는 아무 땅이나 파보아라. 지상에서부터 약 십오 센티미터 정도만 파고들어가면, 그곳에 당신이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당신이 상상치도 못했던, 씨감자가 싹을 틔우고 있을 테니……. 주변이 온통 시멘트 천지라고? 철물점에 가서 시멘트 깨부수는 망치를 사라, 이 친구야. 시멘트 밑에 뭐가 있겠는가?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 - "당신, 지금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 때문에 풀어놓을 말들이 많다고? 그래, 그럼 우리에게 와. 딱 하루만 우리와 함께 지하철을 돌자고. 그러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드는지 말해보자고. 유부남이 떠오르는지, 유부국수가 생각나는지." _본문에서 - 그는 결코 폼을 잡는 이야기꾼이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누구보다도 이야기꾼이 어떤 존재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장식으로서의 문학을 거부한다.

그는 활달한 이야기꾼이기를 소망한다.

[……] 잡다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그는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서 제법 윤택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폼 잡으며 거론하는 서사의 종언 담론 따위를 슬며시 조소한다.

이기호, 그에게 이야기의 바깥은 없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 돌아보니 지난 오 년, 내 삶의 궤적이 꼭 그 꼴이었다.

해산되어버린 서커스단의, 그리 신통치도 않고 게으르기까지 한 문어. 심수봉 누님의 전언처럼 '사랑밖에 모르는' 문어. 그 문어의 혼잣말이 바로 여기에 묶인 소설들이다.

_「작가의 말」에서  [교보문고제공] )주택가에 줄지어 서 있는 식당들 사이에 최순덕 퓨전 한정식이 있다.

진해 구청 앞 청아한이 깔끔한 느낌이라면,이곳은 약간 투박한 느낌의 한정식집이다.

메뉴는 1만원 코스 한 가지..
공유하기 링크
TAG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