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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유고시집’ 운운은 젊음 특유의 치기의 표현이라 치더라도, 그가 스승이라 부른 박기영이라는 인물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1980, 90년대 한국 문학의 앙팡 테리블이라 불리는 장정일의 문학 스승 박기영은 과연 누구인가. 대구 달성고를 중퇴한 뒤 중국집 배달 일을 시작으로 숱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문학을 독학한 박기영은 1979년 중학교 중퇴생인 열일곱살 장정일을 처음 만나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장정일의 두번째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1988) 맨 앞에 실린 시 ‘삼중당 문고’ 중 “박기영 형과 2인 시집을 내고 읽은 삼중당 문고”라는 구절에도 등장하는데, 실제로 장정일과 박기영은 <성(聖)·아침>(1985)이라는 2인 시집을 낸 바 있다.

박기영 자신은 198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장정일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도 활동했고, 1991년 첫 시집 <숨은 사내>(민음사)를 냈다.

그리고 박기영은 시와 무관한 삶을 사는 듯했다.

[박기영]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의 ‘제자’ 장정일이 시에 이어 소설로 영역을 넓히고 독서일기 여러 권을 비롯한 산문집을 내는 세월 사반세기가 속절없이 흘렀다.

그 사이 그는 방송작가와 프리랜서 연출가를 거쳐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2002년 귀국했다.

돌아온 그는 충북 옥천 금강가에 자리를 잡고 옻된장을 비롯해 옻과 관련한 음식과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렇게 시를 아예 잊은 듯했던 그가 시로 돌아왔다.

무려 25년 만에 낸 두번째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이 그의 시 복귀 신고작이다.

맹산식당은 평안도 맹산 포수 출신인 그의 부친이 대구에 냈던 옻 전문 식당이다.

아버지가 싫고 문학이 좋아 고등학교도 중퇴했던 아들이 그로부터 수십년 세월이 지나 그 스스로 옻을 생업으로 삼게 된 섭리가 얄궂다기보다 신비롭다.

후배 시인 안도현은 “문청 시절 박기영은 우리 중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 bong@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562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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